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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 환경미화부터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6. 1. 2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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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턴 무어가 2006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단장이 됐을 때 팀은 엉망진창이었다. 캔자스시티는 ‘야구 못하는 팀’의 대명사였다. 1985년 월드시리즈 우승의 기억은 이미 한 세대 전의 일이었다. 캔자스시티는 패배가 익숙한 팀이 됐다.

신임 무어 단장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컸다. 무어 단장은 “단장직을 제안받고 나서 주변에게 의견을 물었을 때 대부분이 ‘그 팀은 안돼, 아무것도 돼 있지 않아’라고들 했다”고 말했다. 캔자스시티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팀이었다. 그리고 무어 단장의 ‘바닥부터 리빌딩’은 8년 만에 거대한 성과를 이뤄냈다. 캔자스시티는 2014시즌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이어 2015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이 됐다. 뉴욕 메츠를 꺾고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찾아왔다.

캔자스시티의 야구 실력 향상은 물론 시스템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무어 단장은 약점으로 평가됐던 해외 스카우트 부문을 강화했고, 전력 분석 역시 인력 강화를 통해 해결했다.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관통하는 훈련의 일관성, 코칭스태프의 강화도 반드시 따라야 할 부분이다. 애틀랜타 스카우트 출신의 무어 단장은 “선수를 뽑는 스카우트 팀과 선수를 성장시키는 마이너리그 스태프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잘 뽑았는데 못 키운다, 제대로 못 뽑으니 성장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팀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더 중요한 부분이 있다. 무어 단장은 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한 시즌보다 더 중요한 것>에서 “팀을 바꾸는 데는 제프 데이븐포트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데이븐포트는 팀 여행스케줄 담당자였다. 한국 프로야구로 치면 선수단 일정을 관리하는 매니저 역할에 가까웠다. 무어 단장은 데이븐포트를 ‘클럽하우스 관리 운영 책임자’로 임명했다. 데이븐포트는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환경미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카우프만 스타디움 내 선수들이 지나가는 모든 곳을 뜯어고쳤다. 복도에는 과거 영광스러운 시절의 사진과 명예의 전당에 오른 선배들의 사진이 걸렸다. 보고만 있어도 가슴이 뛰게 하는 사진들이 늘어서 있었다. 동기를 유발시키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도 여기저기 걸렸고, 필요할 때마다 바뀌었다.

데이븐포트는 “ 야구장 내 어디를 쳐다봐도 ‘아, 나는 캔자스시티에 속한 특별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에 머물지 않았다. ‘의미부여’는 ‘특별함’을 만드는 첫번째 요소다. 데이븐포트는 선수들이 작은 개인 기록을 세울 때마다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데뷔 1000안타는 물론이고 첫 안타, 100안타를 챙겨 선수들의 특별한 사진을 찍었다. 사이영상, 골드글러브는 특별한 포스터와 스페셜 기념 아이템을 제작했다.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 직원을 향한 이벤트도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데뷔 선수가 있다면 그 선수를 처음 스카우트한 구단 스카우트도 함께 기념하는 이벤트를 만들었다. 폭스스포츠는 지난 23일 ‘메이저리그 스토브리그에서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만 20억달러(약 2조3980억원)가 넘게 들었다’면서 ‘하지만 그 돈으로도 캔자스시티의 팀워크를 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 팀워크를 만들어낸 것은 어쩌면 환경미화였다. 리빌딩은 구호가 아니라 ‘디테일’이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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