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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0억원 시대의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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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구멘터리 2016. 2. 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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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출범 3년째였던 1984년 11월2일. 경향신문은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창단 가입비 30억원을 호가하며 겉보기 발전을 거듭하던 프로야구계는 해가 갈수록 속으로는 곪아 적자폭이 늘어나자 프로야구가 과연 유망한 신종사업인가 하는 회의에 빠져들고 있다. 구단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 경영진은 프로야구의 재정상태가 크게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채 적자가 누증될 경우 앞으로 4~5년 안에 참가활동을 포기하는 팀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예측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 삼미 슈퍼스타즈는 청보 핀토스로, 다시 태평양 돌핀스로 주인을 바꿨고, 현대 유니콘스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몇몇 팀의 주인들이 바뀌었지만 리그가 사라지지는 않았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별 평균 운영비는 20억원 안팎이었다. 적게는 15억원 많게는 25억원을 썼다. 6개 구단 체제였기 때문에 총 운영비는 120억원 정도였다. 출범 이듬해였던 1983년 프로야구 입장료 총수입은 약 37억원이었다. 1984년에는 입장수입이 약 29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3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KBO가 지난 11일 발표한 2016시즌 연봉 총액은 신인·외국인을 제외하고도 총 666억원이나 됐다. 최근 수년간 대형 자유계약선수(FA)를 연달아 영입하며 큰손으로 나선 한화는 프로야구 최초로 팀 연봉 100억원(102억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30여년 사이 프로야구의 덩치는 엄청나게 커졌다. 기업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4년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운영비는 4000억원을 넘어섰다. 삼성 라이온즈가 매출 511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한화가 47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10개 구단 매출은 모두 합쳐 약 4023억원이다. 프로야구가 여전히 적자 구조인 상황에서 매출이 곧 운영비와 비슷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그 총 운영비 120억원이었던 30여년 전에 비해 30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2013년 총 매출규모가 3300억원 수준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2015년 매출 규모는 4500억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 2015년 KBO리그 총 입장 수입은 810억원으로 1984년 대비 22배 늘었다. 연간 500억원 언저리까지 폭등한 중계권료 등을 고려하면 벌어들이는 돈 역시 크게 증가했다.

120 억원 시대의 야구와 4000억원 시대의 야구는 달라져야 할 필요가 있다. 연평균 400억원 규모의 구단이 그저 모기업의 홍보 수단에만 머물러 있을 수 없다. 승리가 물론 스포츠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패전 역시 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승리가 유일한 목적이 되기는 더더욱 어렵다. 경기에서 졌다고 홧김에 주전 선수를 2군에 보내는 것도 옛날에나 가능한 일이다. 심판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상대가 거친 플레이를 했다고 선수단을 철수시키는 것 역시 4000억원 시대의 야구는 아니다. 팀에 대한 팬들의 충성도는 승리를 위한 구호를 외치는 것만으로 쌓이지 않는다. 특별한 경험과 공감을 함께 나눔으로써 가치를 높이는 것이 4000억원 시대의 야구다. 이미 구단들은 새 방향으로 전환을, 승리 이외의 가치 추구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하물며 그깟 공놀이가 그렇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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