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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의 한국형 머니볼 실험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6. 2. 2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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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팀 연봉을 뭉텅뭉텅 줄여나갔다. 2009년 1억200만달러였던 연봉 총액이 2011년에는 7600만달러로 25% 이상 줄었다. 2012년 6400만달러를 지나 2013년에는 아예 26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같은 해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연봉 총액이 2억5000만달러를 넘겼던 점을 고려하면 휴스턴은 덩치가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난쟁이 팀이었다. 휴스턴은 2013시즌 51승111패를 기록했다. 선수가 없으면 성적이 나기 어렵다.

휴스턴의 이런 극단적 선택은 전략이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는 성적의 역순으로 이뤄진다. 꼴찌를 하면 1등으로 선수를 뽑을 수 있었다. 휴스턴은 2011시즌부터 3년 연속 100패 이상을 기록하며 좋은 선수를 뽑아 모았다. 그리고 2015시즌, 휴스턴은 텍사스와의 마지막 경기까지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다툰 끝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꼴찌를 하면서 전체 1순위로 뽑은 유격수 카를로스 코레이아는 지난해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의 2010년 평균 연봉은 6177만원이었다. 주축 선수 3명을 트레이드시킨 히어로즈는 이듬해 평균 연봉이 6142만원으로 줄었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연봉이 가파르게 올랐다. 창단 첫 가을야구를 누린 뒤인 2014년에는 9883만원,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이듬해인 2015년에는 1억481만원으로 더 뛰었다..

그리고 2016년, 히어로즈는 로스터의 주축 선수들을 모두 떠나보냈다. 몸집을 확 줄였다. 올 시즌 팀 평균 연봉은 8116만원. 막내구단 KT(8369만원)보다 적은 리그 최하위다. 22.6%가 줄어들었다.

휴스턴과는 상황이 다르다. KBO리그는 전면드래프트를 포기했다. 1차 지명제도가 있기 때문에 꼴찌를 했다고 가장 좋은 선수를 뽑지 못한다. 한화는 최근 수년간 맨 바닥을 독차지했으면서도 유망주 수집에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히어로즈는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이른바 육성형 머니볼이다.

매년 한 명 이상의 스타를 만들어냈다. 2012년에는 서건창이 신인왕을 따냈고, 직전 시즌 트레이드해 온 박병호가 홈런왕과 함께 MVP에 올랐다. 2013시즌에는 2년차 투수 한현희가 27홀드를 기록하며 홀드왕에 올랐다. 2014시즌 역시 2년차 투수 조상우가 불펜의 핵으로 성장했다. 무릎 부상으로 시즌을 잠시 쉬었지만 69.1이닝을 소화했다. 2015시즌에는 강정호의 빈자리를 김하성이 메웠다. 역시 2년차 유격수로 19홈런 73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역시 지난 시즌 1군에 데뷔한 외야수 임병욱이 주목을 받는다. 염경엽 감독은 “개막전 중견수는 임병욱”이라고 일찌감치 공언했다. 염 감독은 “리빌딩은 무너뜨리고 다시 짓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한 시즌에 1~2명 정도 성장시키면서 팀의 체질이 조금씩 바뀌어 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에 빠뜨린 뒤 살아남는 선수만 쓰는 건,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하수의 선택이다.

히 어로즈는 올 시즌 또 다른 실험에 들어갔다. 2군 스태프에 외국인을 대거 영입했다. 쉐인 스펜서 2군 감독, 브랜든 나이트 2군 투수 총괄에다 데럴 마데이 투수 인스트럭터, 아담 도나치 배터리코치를 더했다. ‘선진야구’ 수입 및 적용보다는 학연·지연 등 구태의 찌꺼기를 싹 없애는 쪽에 더 방점이 찍혔다. 선수의 성장을 가로막는 건 기술이나 훈련방식의 잘못이 아니라 기회 자체를 줄이는 편견이라는 판단이다.


이용균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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