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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어게인, 트리플크라운’

잡지에 보내다

by 야구멘터리 2010. 7. 2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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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4년만에 타율·홈런·타점 3관왕 달성 후 해외 진출 노려

야구에서 타율과 홈런은 양립할 수 없는 기록이다. 홈런을 많이 치기 위해서는 큰 스윙을 해야 하고, 큰 스윙을 하게 되면 삼진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삼진이 많아지면 타율이 높아질 수 없다. 타자 트리플크라운은 그래서 위대한 기록이다. 그리고 2010 한국 프로야구에는 4년 만에 다시 한 번 트리플크라운에 가까이 다가선 타자가 있다. 롯데 이대호(28)다.
 

2010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에서 롯데의 이대호가 호쾌한 타격을 선보이고 있다. (뉴시스)


6월 16일 현재 이대호의 타율은 3할6푼2리다. 3할대 타자가 16명인 리그에서 1위의 3할6푼2리는 나쁘지 않은 타율이다. 팀 동료인 2위 홍성흔의 타율 3할5푼3리와 1푼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대호의 홈런은 28개다. 지난해 홈런왕 KIA 김상현의 기록이 34개였음을 감안하면 홈런왕 가능성은 물론 7년 만에 40홈런이 눈앞에 보인다. 이대호의 개인 최다 홈런은 2009년의 29개였다.

타점 1위 홍성흔에 바짝 추격
30홈런은 ‘홈런을 칠 수 있는 타자’의 상징적인 숫자다. 장타자라는 증거다. 40홈런은 ‘홈런왕’을 상징하는 숫자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0홈런 이상 타자가 나온 시즌은 2003년이 마지막이었다. 이승엽이 56홈런을 때린 뒤 일본에 진출하고 나서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40홈런 이상 때린 타자가 없었다. 외국인 타자들도 30홈런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대호가 2006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했을 때 이대호의 홈런 수는 26개였다.

타율과 홈런을 모두 갖춘 타자에게 타점은 한 개를 사면 한 개를 더 끼워 주는 +1 상품과 같을지 모른다. 이대호는 84타점을 쓸어담으며 타점 1위 홍성흔(96타점)에 8개 차이로 따라붙었다. 이대호와 홍성흔의 타점 차이는 최근 몇 경기에서 경기마다 1개씩 줄어들고 있다. 시즌이 끝났을 때 이대호가 홍성흔의 타점을 뛰어넘는다면 4년 만에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 달성이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타자는 1984년의 삼성 이만수(현 SK 2군감독)밖에 없었다. 이대호가 두 번째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다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트리플크라운을 두 번 달성한 타자가 된다.

메이저리그에서 타자 트리플크라운 달성 선수가 나온 것은 지금까지 16번밖에 되지 않는다. 1950년 이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선수는 미키 맨틀(1956), 프랭크 로빈슨(1966), 칼 야스트르젬스키(1967) 등 3명뿐이다. 메이저리그 130년 역사상 타자 트리플크라운을 두 번 달성한 선수는 로저 혼스비(1922, 1925)와 ‘마지막 4할 타자’로 유명한 테드 윌리엄스(1942, 1947) 두 명밖에 없었다.

이대호는 분명 무시무시한 타자가 됐다. 상대 투수들은 이대호를 상대로 어떤 공을 던져야 할지 모를 정도다. 이대호가 리그를 지배하는 압도감은 2006년과 분명히 달라졌다. 타격 성적 급상승 비결에 대해 이대호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잘 치는, 2006년에도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타자에게 잘 치는 비결을 묻는 게 우문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약간의 변화는 있는게 아닐까. SK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는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원래 잘 치는 선수”라면서도 “다만 2006년 트리플크라운 달성 당시 ‘중거리형 타자’ 스타일이었다면 지금은 홈런 타자에 조금 더 가까워졌다”고 설명했다.

지금 추세라면 홈런 40개 넘을 듯
실제 이대호는 2006년 홈런 수가 26개에 그쳤다. 리그 홈런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30개를 넘지 못하는 홈런 수는 ‘홈런 타자’라는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이대호는 홈런을 치기보다 외야수 사이를 뚫는 타구를 날리는 ‘갭 히터’였다.
 

2010 프로야구 LG 트윈스 대 롯데 자이언츠 경기. 1회초 2사 3루 상황에서 왼쪽 담장을 넘는 2점 홈런을 때린 롯데 이대호가 홈을 밟은 뒤 로이스터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개가 안되는 홈런은 시즌이 끝난 뒤 MVP 투표에서도 악영향을 미쳤다. 2006시즌은 투수에서도 트리플크라운이 나온 해였다. 괴물 투수 한화 류현진은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대호는 “타자 트리플크라운이 더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이다”라며 아쉬운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실제 메이저리그에서도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36번이나 나왔다. 2006년에 요한 산타나(미네소타), 2007년에 제이크 피비(샌디에이고)가 달성한 기록이기도 하다.

올 시즌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이대호의 홈런이 늘었다. 28개의 홈런 수는 시즌이 끝났을 때 43개를 때릴 수 있는 페이스다. 43홈런이라면 ‘홈런 타자’로 인정받을 수 있고,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이대호는 MVP 수상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대호와 똑같이 두 번째 투수 트리플크라운을 노리는 류현진이 다시 달성하더라도 MVP 경쟁은 해 볼 만한 수준이다.

이대호의 홈런 수 증가는 팔꿈치 위치 변화에 있다는 분석이다. 김정준 코치는 “이대호의 오른쪽 팔꿈치가 좀 더 위로 올라왔다. 파워 포지션으로 이동함으로써 비거리가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는 롯데 타자의 전체적인 변화이기도 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타자들은 뒤쪽에 두는 팔꿈치(왼손 타자라면 왼팔꿈치)의 위치가 높아짐으로써 장타력을 향상시켰다. 이런 경우 몸쪽 직구에 약점을 드러낼 수 있지만 현재 ‘파워 피처’가 급감한 한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몸쪽 직구를 자신있게 던질 수 있는 투수는 매우 드물다. 오히려 떨어지는 공을 퍼올려 담장을 넘길 수 있기 때문에 투수로서는 더욱 괴로워진다.

그러나 이대호의 홈런 수 증가는 단지 팔꿈치 위치 변화만이 아니다. 더 큰 이유는 3번 홍성흔의 존재다. 홍성흔은 올 시즌 22개 홈런으로 홈런 3위를 기록 중이다. 2006년에 사실상 혼자 다른 팀 투수들과 싸워야 했던 이대호는 앞선 타석에 홍성흔이 존재함으로써 견제의 분산 효과를 얻게 됐다. 제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 하더라도 리그 최상급의 타자 2명을 연속으로 상대하는 부담감은 지독할 수밖에 없다.

이대호의 꿈은 트리플크라운에 머물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대호는 2011시즌이 끝나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입단 동기인 김태균에 이어 일본 진출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근 일본 구단 입단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최향남은 “일본에서 테스트를 받는 동안 이대호에 대한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왕정치(오 사다하루) 전 감독이 한국의 리(이대호)에 대해 관심이 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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