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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흔의 변신 ‘반짝’ 아니었네!

잡지에 보내다

by 야구멘터리 2010. 6. 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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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3시즌째 ‘타격에 눈 뜬 타자’대활약…
ㆍ타율·홈런·타점 능력 일취월장

그는 평범한 타자였다. 프로야구에서 10년 동안 뛴다는 것은 물론 평범 이상의 성적을 요구하지만 그의 첫 10시즌 평균 타율은 2할8푼6리였다. 10시즌 동안 때린 홈런은 99개였다. 시즌당 아슬아슬하게 10개를 채우지 못하는 성적이었다. 시즌 평균 타점은 53.1점이었다. 시즌 평균 도루는 4.2개.
 

5월 30일 6경기 연속 홈런에 도전하는 롯데 홍성흔이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특유의 타격준비 동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할8푼6리에 시즌 평균 10개의 홈런, 53타점을 치는 타자의 타순은 6번 또는 7번이 될까말까하는 수준. 포지션 플레이어로서는 센터라인을 지키는 내야수가 아니라면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성적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3시즌 완벽하게 바뀌었다. 이전 10시즌과 최근 3시즌의 차이는 극과 극. 그는 리그 최고 타자로 변신했다. 비결은 두 가지다. 포수 마스크를 벗었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그는 바로 롯데 홍성흔(33)이다.

홍성흔은 6월 3일 현재 타율 3할4푼6리에 15홈런, 63타점을 기록 중이다. 두말할 것도 없는 리그 최고 타자. 타율 부문은 5위지만 홈런은 한화 최진행과 함께 공동 1위. 타점도 삼성 최형우를 7개 차이로 따돌린 채 1위를 달리고 있다. 출루율(0.436)은 3위, 장타율(0.624)은 단연 1위다. 43득점 또한 팀 동료 손아섭과 함께 리그 선두며, 최다안타(71개)도 1위다. 도루를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타자들에게 수상되는 공격 타이틀 부문 8개 가운데 5개에서 1위다. 2006년 롯데 이대호가 달성한 트리플 크라운(타율, 홈런, 타점)이 문제가 아니라 타격 5관왕도 가능한 수준이다.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 유지
홍성흔의 2007시즌 타율은 2할6푼8리였다. 80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39타점에 그쳤다. 홍성흔의 데뷔 해(1999년·2할5푼8리) 이후 가장 나쁜 성적이었다. 부상과 포지션 문제가 충돌을 일으켰다. 두산 김경문 감독은 좀처럼 홍성흔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않았다. 지명타자이거나 아주 가끔 1루수로 내보냈다. 홍성흔은 이를 두고 반발했지만 감독의 방침은 확고했다.

2008시즌 변신은 그렇게 시작됐다. 홍성흔은 결국 마스크를 포기했다. 타격에만 집중했다. 무엇보다 FA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마지막 해였다. 타구는 줄곧 우중간을 향했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밀어칠 수 있는 능력은 홍성흔의 타율을 급격히 끌어올렸다. 2004년 165안타로 최다안타 타이틀을 획득한 ‘몬스터 시즌’을 제외하면 홍성흔은 단 한 번도 3할을 때려 본 적이 없다. 그러나 2008시즌, 홍성흔은 3할3푼1리의 타자가 돼 있었다. 자신의 생애 최고 타율이었다.

야구의 숫자는 좀처럼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투표 결과처럼 명명백백. 숫자의 변화는 여당에 대한 지지율 변화처럼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그 대신 홍성흔의 홈런은 확실히 줄어들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쓴다지만 8개 홈런은 적었다. 홍성흔의 스윙이 침착하게 우중간을 노렸다는 뜻이기도 했다. 힘이 떨어졌다는 뜻이 아니라 장타 대신 단타를 노렸다는 증거다. 홍성흔의 삼진도 급격하게 줄었다. 홍성흔의 2008시즌 삼진 35개는 80경기만 뛴 2007시즌(29개)을 제외하면 데뷔 이래 개인 시즌 최소 삼진 기록이다. 4사구는 29개를 얻었다. 삼진과 볼넷의 비율이 이제 큰 차이를 드러내지 않았다.

볼넷/삼진 비율이 1에 가까워지는 선수는 단순히 ‘선구안’이 좋아졌다는 문제를 떠나 방망이로 맞히는 스타일에 변화가 왔음을 뜻한다.

홍성흔은 FA로서 11시즌을 뛴 두산을 떠나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은 2009시즌의 홍성흔은 3할7푼1리의 타자로 변신했다. 명실상부 리그 최고 수준의 타자가 됐다. 홈런도 12개로 다시 두 자릿수를 회복했다. 무엇보다 4사구 54개를 얻는 동안 삼진을 55개 당했다. 거의 1에 가까운 비율을 획득했다.

스윙이 바뀌었다. 홍성흔은 “롯데로 이적한 초반에는 뭔가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에 스윙이 커졌고 슬럼프에 빠졌다. 이후 밀어치기 중심의 타격을 한 게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현 페이스라면 시즌 최다타점 기대
타구는 시즌 초반에 슬럼프를 겪은 뒤 확실히 우중간을 향했다. 홍성흔의 방망이는 짧게 돌아 나오면서 바깥쪽 공을 오른쪽 방향으로 가볍게 밀어 보낼 수 있었다. 홍성흔처럼 힘이 있는 타자에게 어설픈 몸쪽 공은 독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바깥쪽 코스에 대한 밀어치기 능력이 있는 타자에게 쉽게 바깥쪽 공을 던질 수도 없다. 투수들은 홍성흔을 상대하며 곤혹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타율은 치솟을 수밖에 없었다. 3할7푼1리 타율도 물론 개인 최다지만 4사구 54개도 홍성흔으로서는 새로운 기록이었다.
 

5월 25일 롯데 홍성흔(가운데)이 사직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서 2회 3점홈런을 쳐낸 뒤 먼저 홈플레이트를 밟은 가르시아와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 시즌 홍성흔은 더욱 무서운 타자가 됐다. 밀어칠 줄 아는 타자에서 완벽한 타자로 변신했다. 홍성흔이 시즌 일정의 40%를 초과한 상태에서 때린 홈런 15개는 자신의 개인 최다 홈런(18개·2002년)에 3개밖에 모자라지 않는다. 6월 3일 현재 기록 중인 63타점은 지난해 홍성흔의 시즌 전체 타점 64점에 겨우 1점 모자란다. 홍성흔의 63타점은 시즌 종료시 155타점의 페이스. 2003년 이승엽이 기록한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 146개를 훌쩍 뛰어넘는다.

SK 김성근 감독은 홍성흔의 타격 향상에 대해 “타석에서의 결단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머릿속에 이 공 저 공을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니라 노림수를 확실히 정해 두고 공에 대한 판단을 과감하게 내린다. 장타와 홈런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삼진이 지난해 보다는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삼진 수(25개) 못지 않게 4사구 수(35개)도 늘어나고 있다. 칠 공과 치지 않을 공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는 ‘결단력’이 늘었다.

홍성흔은 타격 상승에 대해 “리듬을 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기본적인 타격 메커니즘은 지난해와 달라진 게 없는 상태다. 스윙 때 팔이 붙어 나오며 좀 더 몸쪽 공을 잘 때릴 수 있게 된 정도가 변화라면 변화다. 홍성흔은 “여기에다 타석에서 리듬을 탈 수 있게 되니까 전체적인 몸의 균형 상태가 좋다. 하체의 힘도 분산되지 않고 타구에 힘이 실린다”고 자신의 타격을 설명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공의 속도가 아니라 투수와 타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대결이다. 언제 어떻게 자신의 스윙 존에 들어오는 공을 때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빠른 공을 노리고 있을 때 느린 공이 들어온다면 영락없는 헛스윙이 된다.

홍성흔의 말대로라면 홍성흔은 타석에서 슬슬 포수를 향해 날아오는 투구의 장단에 자신의 몸을 맞추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투구 리듬에 맞춰 자신의 리듬이 변화하는 타격의 경지. 이런 경우 어떠한 속도 변화도 홍성흔의 균형 상태를 무너뜨리기 어렵다. 올 시즌 홍성흔에 의해 기록될 각종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리듬을 탈 수 있는 건 지난 겨울 골든글러브 시상식 때 가수 비의 춤을 멋들어지게 춘 춤 때문이 아니냐’는 질문에 홍성흔은 “바로 그것 덕분”이라며 특유의 장난기 머금은 웃음을 지었다.(두산 김경문 감독은 홍성흔에 대해 “연예인의 피가 흐르는 야구선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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