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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제구(Finesse)-2011 준PO3차전

이용균의 가을야구

by 야구멘터리 2011. 10. 11.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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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 시구는 '개념시구'를 이어간 이수정이었다. 이수정은 공을 정확한 포심패스트볼 그립으로 잡았다. 광주/이석우기자


1승1패. 11일 광주구장. 준플레이오프 3차전. KIA 선발 서재응. 앞선 2경기는 힘의 승부였다. 두 팀의 선발 투수들이 힘을 앞세워 호투했다. 타선을 압도했다. 3차전 선발 서재응은 힘으로 던지는 투수가 아니었다. ‘제구의 달인’, ‘컨트롤 아티스트’. finesse의 사전적 의미는 수완, 기술. 하지만 야구에서 finesse는 면도날 같은 제구력을 뜻한다. 타자를 요리하는 기술이다. 서재응의 이날 피칭은, 환상적이었다.

서재응은 선두타자 정근우를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3구째는 정근우가 방망이를 움직일 생각도 못했지만 절묘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루킹 삼진. 1회 3타자를 삼진-내야땅볼-내야땅볼로 처리했다.

서재응의 제구가 빛난 것은 2회초 수비 때였다. 박정권-안치용의 연속 안타로 무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KIA로서는 2차전 패배가 뼈아팠다. 중심타선의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선취점은 부담스러웠다. 무사 1·3루에서 점수를 주지 않는 피칭이 이뤄져야 했다. 외야 뜬공도 안되고, 깊숙한 내야 땅볼도 안된다. 삼진을 잡거나, 내야 뜬공으로 처리해야 했다. 포수 차일목은 “점수를 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바깥쪽 공을 보여준 뒤 몸쪽으로 승부를 걸어야 했다”고 말했다. 말은 쉽지만 자칫 대량실점 위험이 있는 승부였다. 서재응은 초구를 바깥으로 뺀 뒤 2구째를 몸쪽으로 바짝 붙였다. 박진만의 방망이가 반응했다. 잘 맞았지만 3루수 정면 타구였다. 홈으로 대시하던 3루주자 박정권이 협살에 걸렸다. 1루주자 안치용은 2루까지는 갔지만 3루를 노리지 못했다. 무사 1·3루는 1사 1·2루가 됐다. 이후 김강민은 중견수 뜬 공, 정상호는 유격수 뜬 공으로 아웃됐다. 서재응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KIA의 분위기는 이현곤의 홈 승부에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경기 초반인 2회 무사 1·3루에 내야 땅볼이라면 1점을 주더라도 주자를 없애는 게 맞다. 빠른 타구였기 때문에 충분히 병살 플레이가 가능했다. 추가 실점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2사 주자 없는 상태를 만들어두는 게 편했다. 

하지만 이현곤은 주저없이 홈으로 향했던 3루주자를 향했다. 1점이라도 선제점을 준 뒤 추격하는 분위기가 싫었다. KIA 내야수들은 중심타선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 어떻게든 리드를 주지 않은 채 경기를 끌고 가고 싶다는 바람을 그 플레이에서 드러냈다. ‘1점을 두려워하는 야구’는 그간 KIA가 보여준 야구와 달랐다. KIA는 쫓기고 있었다.

그 위기를 돌파해낸 것이 서재응의 완벽한 제구력이었다. 차일목은 “(서재응의)컨디션이 좋은 게 아니라 나쁘지만 않다면 실점하지 않는다”고 했다. 차일목은 “2회 상황에서 서재응의 제구력을 믿지 못한다면 점수를 주지 않는 승부를 할 수 없다. 제구력을 믿고 그만큼 좋기 때문에 세밀한 조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KIA 서재응은 포스트시즌에서 왜 제구력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보여주는 투구를 했다. 광주/이석우기자


4회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몸에 맞는 공과 우전안타로 무사 1·2루가 됐다. 안치용을 뜬 공으로 처리했지만 여전히 1사 1·2루. 박진만에게 이번에는 역공이 들어갔다. 몸쪽 대신 바깥쪽 승부구를 택했고 정확한 곳에 들어간 공은 박진만의 타구를 2루수 직선타로 이어지게 했다. 

제구력이 뛰어난 투수는 포수의 계산이 가능하게 한다. 차일목은 “대개 구종과 코스를 사인을 통해 전달한다. 그리고 머릿 속에 그리는 그림 그대로 공이 날아온다. 그렇기 때문에 컨디션이 나쁘지만 않으면 실점을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재응의 피칭은 거의 완벽했다. 단 6회 1사 1루에서 최정과의 승부가 아쉬웠다. 볼카운트 2-3. 최정과의 마지막 승부구는 몸쪽이었다. 차일목은 “최정의 타격 자세가 1·2차전과는 달라졌다. 그 자세를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몸쪽 승부, 딱 그곳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정은 방망이를 내지 않았고, 공은 아주 조금 더 몸쪽을 향했다.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 서재응은 마운드를 내려갔고, 그 이닝에서 KIA는 2점을 내줬다. 이날 3차전에서 나온 점수는 그 2점이 전부였다. KIA는 1승2패, 벼랑끝에 몰렸다. 벼랑끝에 몰린 KIA에서 나올 수 있는 투수는 딱 한 명. 에이스 윤석민이다. 당초 5차전 선발을 준비했던 윤석민은 4차전 등판을 자원했다. 윤석민은 경기가 끝난 뒤 4일만의 등판에 대기하기 위해 팔 근력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따로 했다. 이를 지켜 본 나지완은 “운동하는 석민이를 보면서 내일은 꼭 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기특하고 안쓰럽다.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PS.

SK 선발 브라이언 고든의 제구는 서재응 만큼 뛰어나지 않았다. 대신 공 끝에 힘이 있었다. 최고구속이 140㎞ 후반대를 기록했다. 시즌 때 보다 약 4~5㎞가 늘어 있었다. 

SK 포수 정상호는 “시즌 중 KIA전에서 변화구 위주의 승부를 했다. 이 때문에 1회부터 직구 위주의 패턴으로 가져갔다”고 했다. 고든은 1회 이용규-김원섭-이범호를 상대로 29개의 공을 던졌다. 이 중 변화구는 4개밖에 없었다. 그 직구로 1~3번을 모두 잡아냈다. 변화구에 대비했던 KIA 타자들이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고든은 2회 11개, 3회 7개로 이닝을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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