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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말 한 마디의 힘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2. 5. 2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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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호세 바티스타(31)는 ‘힘만 센 타자’였다. 200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6시즌 동안 한 시즌 최다 홈런이래봤자 겨우 16개가 최고였다. 타율은 2할3푼대에 머물렀다.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되는 것 조차 힘들어 보였다. 100경기 넘게 출전한 것도 2007년이 유일했다. 2009년 바티스타의 나이는 28세를 넘어가고 있었다.


 반전의 계기는 우연처럼 다가왔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2009년 5월의 어느 날, 토론토의 1루 코치였던 드웨인 머피가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서 바티스타를 만났다. 머피 코치는 “내 얘기를 한 번 들어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머피 코치가 조심스럽게 다가선 이유는 ‘타격 코치’가 아니었기 때문. 바티스타는 고개를 끄덕였고, 거울로 둘러싸인 웨이트 트레이닝 룸에서 둘 만 남아 스윙을 살폈다. 


 바티스타 부진의 이유는 어깨가 너무 빨리 돌아가는데 있었다. 히팅 존을 공략하는데 있어서 지나치게 힘을 쓰다 보니 어깨가 빨리 돌았고, 오히려 배트는 늦었다. 손목 힘 만으로 억지로 공을 때렸고, 제대로 맞을리 없었다. 둘이 웨이트 트레이닝에서 머문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바티스타는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조언을 실행할 기회는 그해 8월 하순에 찾아왔다. 시즌 막판이 됐고 바티스타가 우익수로 출전할 기회가 많아졌다. 바티스타는 9월과 10월 두 달 동안 30경기에서 홈런 10개를 때렸다. 같은 기간 OPS는 0.994로 치솟았다. 


 2010시즌 부터 바티스타는 리그 최고의 타자가 됐다. 2010시즌 54홈런을 때렸고 지난 시즌에도 43홈런으로 2년 연속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조언 한 마디에 달라진 스윙은 바티스타의 인생을 바꿨다. 늦은 스윙을 보완하기 위해 히팅 존을 극단적으로 투수 쪽으로 당겼고 ‘앞에서 치는 공’은 힘이 실린 채 담장을 훌쩍훌쩍 넘어갔다. 


 2012시즌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히트 상품’인 넥센 강정호의 ‘변신’은 호세 바티스타를 닮았다. 지난 시즌 강정호는 ‘억지로’ 공을 때렸다. 있는 힘껏 방망이를 휘둘렀고, 제대로 맞지 않은 공도 때로 담장을 넘겼다. 2009시즌 23개 홈런을 때린 강정호는 지난 시즌 홈런이 12개로 줄었다. 


 올시즌을 앞두고 넥센의 새 1군 타격코치가 된 박흥식 코치가 강정호를 찾았다. 박 코치는 “원래 잘 치는 타자다. 많은 것을 이야기해 줄 필요가 없었다”고 했다. 박 코치는 강정호에게 조금 더 편하게 스윙할 것을 주문했다. 타격 시작 때부터 잔뜩 들어간 힘을 줄이고, 편안하게 방망이를 돌리게 했다. 히팅 포인트를 호세 바티스타처럼 투수 쪽으로 당긴 게 열쇠였다. 박 코치는 “뒷 스윙을 줄이고 앞 쪽으로 편하게 돌아나가는 스윙이 강정호를 나아지게 했다”고 했다. 강정호는 올시즌 14홈런으로 홈런 1위다. 36득점, 장타율 0.719도 1위다. 


 바티스타는 2009년 마지막 2개월이 “자신감을 갖게 된 계기”라고 했다. 강정호의 올시즌 첫 2개월도 ‘자신감 충전’의 시간이 됐다. 박 코치는 ”모든 타자에게는 슬럼프가 온다”면서도 “경기를 치를 수록 상대 투수들의 노림수를 읽는 능력도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정호에게 물었다. ‘바티스타를 닮았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강정호가 빙그레 웃더니, “아직 멀었다. 바티스타는 메이저리그 홈런왕 아닌가”라고 했다. 바티스타가 첫 홈런왕이 됐을 때 그의 나이는 29세였다. 강정호는 이제 스물 다섯이다. 한국 프로야구 새로운 거포가 자라나고 있다. 


 말 한마디로 바뀐 선수는 강정호 뿐만이 아니다. LG 정성훈을 홈런 4위(8개)로 만든 것은 시즌 직전 김기태 감독의 한마디다. “올시즌 네가 4번타자다”. 정성훈은 다리를 더 높이 드는 ‘4번타자 다운 타격폼’으로 바뀌었고, 데뷔 이후 가장 많은 홈런 페이스를 보이고 있다. 말은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행동을 바꾼다. 그리고, 태도는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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