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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튈지 모르는 ‘잔디와의 싸움’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3. 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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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 1회말 네덜란드 1번타자 시몬스의 타구는 평범한 유격수 땅볼이었다.


유격수 강정호의 타구 처리가 조금 늦는다 싶더니 송구가 좋지 않았다. 원바운드된 공을 1루수 이대호가 처리하지 못해 뒤로 빠졌다. 타자 주자는 2루까지 내달렸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 WBC 첫 경기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실책은 전염된다. 3번 베르나디나의 타구를 이번에는 2루수 정근우가 악송구했다.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분위기와 경기의 흐름을 빼앗겼다. 한국은 5점차로 졌고, 결국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야구는 상대와 지름 7.3㎝짜리 공을 가지고 겨루는 경기지만, 공이 전부는 아니다. 야구장과도 싸워야 한다. 홈어드밴티지는 구장의 익숙함에서 나온다. 앞선 2차례의 WBC 첫 경기는 모두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돔구장이었고, 당연히 인조잔디 구장이었다.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은 천연잔디 구장이었다. 그라운드 상태가 많이 달랐다. 


유격수 강정호는 인조잔디 구장을 홈구장(목동)으로 쓰는 선수였다. 대표팀의 거포 1루수 3명도 모두 인조잔디 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선수들이다(대구·대전·교세라돔). 첫 경기·첫 타자·첫 타구에서 나온 실책은 유격수 강정호도, 1루수 이대호도 조금 아쉬웠다. 악명높은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손시헌(두산)이 선발 유격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가정은 역시 결과론이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천연잔디는 인조잔디에 비해 부상 위험은 적지만, 불규칙 바운드의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돔구장이 아니라면 선수 보호를 위해 천연잔디로 바꾸는 것이 구단 입장에서 장기적으로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변화의 초기 위험부담은 확실하다. 롯데는 2006시즌을 앞두고 사직구장의 잔디를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단순히 실책 숫자의 변화보다는 팀이 갖는 부담감 변화에 무게가 실린다. 2005년 5위였던 롯데는 2006년 7위로 떨어졌다. 


KIA도 지난 시즌을 앞두고 광주구장의 잔디를 천연잔디로 바꿨다. 잦은 부상을 벗어나기 위한 오래된 숙원사업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적은 반대로 나타났다. 2루수 안치홍은 바뀐 구장에 빨리 적응하지 못했다. KIA의 팀 실책은 2011시즌 67개에서 2012시즌 88개로 늘었다. 팀 순위도 4위에서 5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시즌 최하위팀이었던 한화는 모든 것을 바꾼다. 감독을 교체했고 구장의 크기도 바꿨다. 잔디도 천연잔디로 바꿨다. 팀 수비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잔디 교체는 도박에 가깝다. 외야 수비는 넓은 수비 범위를 감당해야 하고, 내야 수비는 잔디에 적응해야 한다. 외야수들의 송구 능력이 빼어나지도 않고, 이를 연결해야 할 내야수들의 어깨도 최상급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면 OK. 하지만 구단이 당장에 성과를 내라고 채근한다면 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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