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탬파베이 레이스의 조 매든 감독은 2008년 스프링캠프 때 선수들에게 티셔츠를 한 장씩 나눠줬다.
탬파베이는 창단 이후 거의 매년 꼴찌를 도맡아 하던 팀이었다. 매든 감독은 셔츠에 ‘9=8’이라는 글씨를 적어 넣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9명이 똘똘 뭉치면 8개팀이 겨루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매든 감독은 개개인의 능력보다는 팀플레이에 집중했다. 수비 포메이션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팀 수비’ 형태로 운영했고, 불펜진도 개개인이 아니라 ‘팀 불펜’으로 조직했다. 그해 탬파베이는 지구 강호였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모두 제치고 기적적으로 아메리칸리그서 우승했다. 매든 감독은 “태도가 결과를 낳는다(Attitude make a decision)”고 말했다.
야구팀을 이끄는 감독의 한마디가 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 전체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감독의 한마디는 나비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감독이 무심코 던진 “타자의 목표는 아웃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한마디는 팀 타선 전체의 스윙을 바꿀 수 있다. 출루율을 높일 수는 있지만 투 스트라이크 이후 스윙의 크기를 줄여 장타율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는다. 반대로 “타자는 스윙을 크게 해야 한다”는 한마디 또한 팀 타선 전체의 스윙을 바꾼다.
SK 이만수 감독의 한마디는 SK의 팀 홈런을 100개에서 108개로 늘렸다. 지난 시즌 8개 구단 중 팀 홈런이 늘어난 팀은 SK와 넥센 두 팀뿐이었다. 다만 SK의 타율은 떨어졌다.
투수들에게 ‘볼넷을 줄이라’는 결과론적인 주문은 오히려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태도에 대한 목표 설정이 정답에 가까워 보인다.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취임 이후 끊임없이 “노 피어(No Fear)”를 강조했다. 롯데 투수들은 로이스터 감독이 떠난 지 2년이 지났어도 리그에서 볼넷이 가장 적은 팀을 만들었고, 타선에서도 여전히 가장 적극적인 스윙을 하는 팀이 됐다. 마찬가지로 타자들에게 “타점을 올려라”라고 주문하는 것보다 “타자의 목표는 득점을 돕는 것”이라는 화두를 던지는 것이 타자 개개인들로 하여금 타석의 결과에 크게 얽매이지 않도록 할 수 있다.
해태·삼성 감독 시절 ‘앓는 소리’를 주로 했던 한화 김응용 감독이 “목표는 한국시리즈 진출”이라고 밝혔다. 패배의식을 떨치라는 태도 변화 촉구 메시지다. “남들이 200도루 한다고? 우린 홈런 200개 치면 된다”고도 했다. 팀 공격 스타일에 대한 확실한 태도를 정했다. 우직한 코끼리 스타일 그대로다.
감독의 태도는 그 팀의 미래를 결정한다. 25일 새로 취임한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 감독이 말했듯 태도가 결과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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