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확률의 경기이고, 평균에 수렴하는 종목이다. 3할 타자는 10번 타석에 들어서서 안타를 3개 친다는 뜻이다. 투수의 평균자책이 3.00이라면 9이닝을 던졌을 때 평균 3점을 내준다는 뜻이다. 경기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실제 경기 결과는 해당 선수의 평균에 가까워진다.
단 매 타석·매 이닝·매 경기에서 해당 일이 벌어질 가능성, 확률은 앞선 타석의 누적과 큰 관계를 갖지 않는다. 3할3푼의 타자가 앞선 두 타석에서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해서 이번 타석에서 안타를 칠 확률이 100%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앞선 타석에서 연속해서 안타 2개를 칠 정도로 컨디션이 좋다고 해서 다음 타석에서 꼭 안타를 치는 것도 아니다. 물론 무조건 못 치는 것도 아니다. 각 타석에서 안타가 나올 확률은 3할3푼에 가깝다. 한 타석을 기준으로 2할5푼타자는 3할타자보다 안타를 칠 확률이 떨어진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네덜란드와의 본선 1라운드 1차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수준 이하의 경기를 했다. 실책을 4개나 저지른 게 결정적 패인이다. 기본기가 실종된 듯했다. 다음 경기들도 별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다. 하지만 앞선 경기의 실책이 반드시 다음 경기의 실책을 예고하지는 않는다. 지난 시즌 한 팀의 실책이 4개 이상이었던 경기는 겨우 5경기로 ‘좀처럼 보기 드문 일’이다. 물론 바로 다음 경기에서 저지른 팀 실책은 1개를 넘지 않았다. 야구는 확률의 경기이고 평균에 수렴한다.
WBC 한국 대표팀이 2라운드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대만전 대승이 필요하다. 2승1패 동률을 이룬 뒤 득실차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최소 5점차 이상의 승리가 필수다. 야구에서 5점 차이는 무척이나 커 보인다. 한국 대표팀의 2라운드 진출 가능성도 가물가물해 보인다. 정말 그럴까.
네덜란드에 일격당한 WBC 대표팀 (경향DB)
2012시즌 한국 프로야구 532경기 중 5점차 이상 승부가 난 경기는 153경기였다. 확률로 따지면 28.8%다. 3할 가까운 확률이라면 기대를 걸어볼 만한 수치다. 승리 확률로 따져서 이를 절반으로 뚝 잘라도 14.4%라면 포기하기에는 아쉬운 숫자다.
강팀이라면 얘기가 조금 더 달라진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지난 시즌 80승으로 정규시즌을 우승했다. 80승 중 31승(38.8%)이 5점차 이상 승리였다. 전체 133경기 기준으로 해도 23.3%의 확률로 5점차 이상 승리를 가져간 셈이다.
5점차 이상 승리를 위한 기본조건은 두말할 나위 없이 활발한 공격이다. 삼성이 이긴 5점차 승리 31경기의 평균 안타수는 11.9개. 이 중 2.09개의 2루타와 1.03개의 홈런이 포함됐다. 4사구를 많이 얻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31경기의 경기당 평균 4사구는 4.9개였다. 대만전 5점차 승리를 위해서는 12개의 안타와 5개의 4사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직 희망의 숫자는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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