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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 류씨의 두번째 꿈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6. 2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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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류현진의 아버지 류재천씨(57)의 별명은 ‘운동장 류씨’였다. 류현진이 야구선수가 된 4학년 때부터 류씨는 아들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승합차를 직접 끌고 다른 선수 학부모를 태운 뒤 시합을, 대회를 따라 다녔다. 학교 운동장에 눈이 내리면 승합차 뒤에 건설용 H빔을 매달고 운동장에 쌓인 눈을 치웠다. 울퉁불퉁해진 운동장을 고르는 것도 류씨의 몫이었다. 부서진 장비를 고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때 학부모들이 붙여준 별명이 ‘운동장 류씨’였다.


아버지는 집 옥상에 개인 연습장을 만들었다. 그물망을 설치하고, 전기 기술자인 친동생에게 부탁해 조명도 달았다. 야구공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새 공 가격이 만만치 않자 류씨는 지금은 사라진 도원구장을 찾았다. 류씨는 “아마추어 대회가 열리면 거기에서 파울공을 줍는 어르신들이 있었다. 그분들한테 소주값을 드리고 공을 사왔다”고 했다. 그렇게 여기저기서 모은 공 수백개로 아들에게 배팅볼을 던져줬다. 류현진의 안타와 2루타, 3루타는 그렇게 주워 모은 공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류현진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아버지와 포옹을 하고 있다. (경향DB)



자식을 야구선수로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버지는 잘 알고 있었다. 주변의 많은 야구선수 부모들도 지켜봤다. 류현진이 조금씩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워가던 수년 전, 아버지는 소주잔을 앞에 두고 말했다.


“내 나중에, 잘되면, 꼭 재능 있는 선수들이 돈 없이도 야구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그 꿈이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류현진은 지난 4월 중순 ‘HJ99파운데이션’이라는 재단을 만들었다. 해외에 진출한 여러 종목의 많은 선배의 뒤를 따른 일이지만 류현진의 아버지가 오래전부터 머릿속에 담아두었던 꿈이기도 했다. 미국 현지 은행인 한미은행의 협찬도 얻었다. 삼진 1개에 100달러, 안타 1개에 100달러를 쌓는다. 류현진은 벌써 79개의 삼진과 7개의 안타를 쳤으니 8600달러(약 992만원)가 적립됐다.


류현진과 아버지의 꿈은 한국에도 펼쳐진다. 류현진 재단은 인천시와 협의해 인천지역 어린 야구선수들을 위한 야구장과 야구팀을 만들기로 했다. 아버지 류씨는 “최근 인천시와 합의했다”고 했다. 성인 야구장 2면과 리틀 야구장 1면으로 구성된 류현진 야구센터(가칭)는 어린 선수들의 꿈을 키우는 터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리틀 야구팀은 야구 유망주 성장을 위한 발판이 되고, 성인 야구장의 사용료는 전액 야구 유망주의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류현진의 아버지 ‘운동장 류씨’가 조심스레 키웠던 꿈, “절대 돈이 없어서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있어선 안된다”고 했던, “돈이 없어도 야구 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던 그 꿈이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박찬호가 그랬듯 이제 류현진 키즈가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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