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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질’보다 ‘재미’에 방망이는 춤춘다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3. 9. 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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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회 세계 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끝났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해 대회에 이어 5위를 기록했다. 대회 전에도 ‘우승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2개 대회 연속 5위는 아쉬운 성적이다. 특히 일본에 0-10으로 콜드게임 패한 것은 답답한 결과였다.


전체적인 전력은 차치하고라도 투타 밸런스가 맞지 않는 점은 단순히 한 대회의 문제로 남지 않는다. 대표팀 마운드는 8경기에서 팀 방어율 2.27을 기록하며 나무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12개 참가국 중 주최국 대만(1.54)과 준우승팀 일본(1.83)에 이은 3위의 성적이었다.


(출처:경향DB)

하지만 공격력은 그렇지 못했다. 팀 타율은 2할6푼9리로 참가국 전체에서 6위에 그쳤다. 홈런은 8경기에서 겨우 1개만 나왔다. 전체 득점 42점 중 타점에 의해 생산된 것은 28개밖에 되지 않았다. 상대 실책을 틈 탄 득점이 많았다. 그렇다고 정확도와 기동력이 상대팀을 압도한 것도 아니었다. 볼넷 34개를 얻어내는 동안 삼진을 51개나 당했다. 기동력을 살펴보면, 도루 22개를 성공시켜 2위 팀들(13개)보다 훨씬 많았지만 33번 시도해 거둔 것이어서 성공률은 66.7%였다. 15번 시도해 13번 성공한 캐나다의 기동력이 더 효과적이었다.


이 때문에 ‘알루미늄 배트 회귀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 야구 타선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고교 선수들이 알루미늄 배트를 사용해 타격에 대한 재미를 느끼고, 크게 휘두르는 습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KIA 선동열 감독도 “어린 선수들이 나무 방망이에 지나치게 부담을 갖는 것 같다. 보기 안쓰러울 때가 있다”고 말했다. 두산 김현수도 대표팀이 일본에 0-10으로 패한 날 “방망이를 제대로 돌리는 선수들이 하나도 없더라. 다들 맞히는 데만 급급하니 제대로 된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 일본 투수들이 140㎞도 안되는 공을 던지는데 그걸 못 친다”고 말했다.


알루미늄 배트는 2005년 이후 고교야구에서 사라졌다. 국제대회에서 나무 방망이를 쓰기 때문이다. 지난해 홈런왕 박병호가 성남고 시절 4연타석 홈런을 때린 게 2004년이었다.


제38회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성남고 박병호가 2경기에 걸쳐 4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출처:뉴시스)


하지만 알루미늄 배트 회귀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알루미늄 배트 시절 오히려 더 큰 문제점이 투수들에게 나타났다. 장타를 맞지 않기 위해 투수들은 직구 대신 어린 나이부터 변화구에 더 집중했다. 구속이 떨어진 것은 물론 팔꿈치에 부담을 주는 변화구를 많이 던지다 보니 일찍 팔꿈치를 다치는 선수들이 쏟아졌다. 류현진이 나무 배트를 사용한 시기에 탄생한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조건적인 알루미늄 배트 회귀는 자칫 또 다른 악수가 될 수 있다.


해답의 열쇠는 야구를 향한 태도에 있다. 학생야구의 목표가 ‘승리’가 아니라 ‘성장’과 ‘재미’에 맞춰진다면 투수들은 직구를 마음껏 던지고, 타자들은 신나게 큰 스윙을 할 수 있다.


김현수는 “이기는 법이 아니라 야구를 제대로 배운다면, 제대로 된 스윙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즐거운 야구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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