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졌다. 1점 차로 한 번 이겼고, 1점 차로 2번 졌다. 또 한 번의 패배는 2점 차였다.
7회만 되면 흔들렸다. 세인트루이스와의 4경기에서 다저스는 모두 18점을 내줬는데, 그중 7회에 내준 점수가 13점이었다. 다저스가 뽑은 15점 중 7회에 뽑은 점수는 0점, 8회 이후에 뽑은 점수는 4점이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이지만, 가을야구에서 에이스에 기대는 야구는 승리하기 어렵다. 2연속 3일 휴식 뒤 등판한 클레이튼 커쇼는 6회까지 ‘무적’이다가 7회만 되면 흔들렸다. 커쇼는 2차례 등판에서 1~6회 피안타율이 고작 7푼9리였다. 1할도 되지 않았다. 아무도 칠 수 없었다. 그러나 7회를 넘어가면 보통 이하의 투수로 돌변했다. ESPN은 커쇼는 7회 이후 피안타율이 무려 8할1푼8리였다고 전했다.
모든 것은 ‘불펜’ 때문이었다. 습기 많은 여름에도 불이 잘 붙던 다저스 불펜은 건조한 가을이 되자 활활 타올랐다. 포스트시즌 다저스 엔트리에서 불펜 투수들의 연봉 합계는 4100만달러였다. 브라이언 윌슨 1000만달러, 브랜든 리그 750만달러, J P 하웰 400만달러 등이다. 정규시즌 4선발로 활약하다 포스트시즌 들어 불펜으로 뛴 댄 해런도 1000만달러짜리 선수다. 값비싼 다저스 불펜은 세인트루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 4경기에서 홈런 3방을 허용하면서 불펜 방어율 6.48을 기록했다.
반면 상대팀 세인트루이스는 100마일을 던지는 24세 마무리 트레버 로젠탈, 카를로스 마르티네스 등 젊은 유망주들을 빼어난 불펜 투수들로 성장시켰다. 이들의 올 시즌 연봉은 각각 50만달러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아메리칸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캔자스시티 역시 98마일을 쉽게 던지는 ‘강속구 불펜’이 경기를 지배한다. 요다노 벤추라와 켈빈 에레라 모두 연봉은 50만달러 수준이다.
그렇다면 가을야구의 열쇠는 ‘닥치고 불펜’인 것일까. 다저스의 더 큰 문제는 불펜의 구속(球速)이 아니라 더그아웃의 구속(拘束)이었다. 매팅리 감독은 시리즈 내내 마운드 운영에서 우왕좌왕을 거듭했다. 더 큰 문제는 그라운드 안에서 나타난 ‘리더십’의 부재였다. LA타임스는 “디비전시리즈 내내 그라운드 안에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선수가 없었다. 투수가 흔들릴 때 모두들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고 꼬집었다. 이어 “맷 켐프가 3차전에서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대해 거칠게 항의할 때도, 그 역시 혼자였다”고 덧붙였다.
다저스의 진짜 약점은 여기에 있다. 몸값이 2억4000만달러나 되는 최고 연봉 선수들이지만 승부처에서 하나로 뭉치지 못했다. 제각각의 스윙을 했고, 자기 혼자의 플레이를 펼쳤다. 가을야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구속(球速)이 아니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속(拘束)이고, 이걸 가능하도록 하는 구심력이다.
한국 가을야구도 얼마 남지 않았다. 미국의 가을과 한국의 가을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가을에 강한 팀은 구심력을 가지고 있는 팀이다. 감독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필드에서 보여주는 리더의 구심력이 더욱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올가을 한국프로야구의 ‘새 리더’들이 등장할 무대가 마련된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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