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 프로야구는 34번째 시즌을 맞는다. 앞선 33번의 시즌 동안 3년 연속 꼴찌를 한 팀은 딱 둘뿐이었다. 2001~2003년의 롯데, 그리고 최근 3시즌 동안 꼴찌를 한 한화다.
성적에, 순위에 자비가 없는 한국 사회에서 3년 연속 꼴찌는 ‘꼬리표’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번에는’ 혹은 ‘이제는’이라는 긍정적인 시선보다, ‘설마’ ‘그래도’라는 딱지가 끈끈이처럼 따라붙는다. 지난해 말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미생>은 덤덤하지만 잔인하게 한마디로 이를 설명했다. ‘대책없는 희망과 무책임한 위로가 무슨 소용이야’라고.
‘야신’이라 불리는 한화 김성근 감독의 어깨는 그래서 더 무겁다. ‘야신’이라는 별명으로, ‘김성근’이라는 이름만으로 어쩌면 대책없는 희망이 쏟아지는 중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사람이 동그래지면 어디로 굴러갈지 모른다. 각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함부로 굴러가지 않고, 굴러가더라도 많이 가지 않는다”며 스스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책임은 경계에서, 대책은 분석에서 나온다. 명백한 사실은, 한화가 3년 연속 꼴찌였다는 것이다. 투타에서 채워야 할 자리가 크고, 또 많다. 제일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삼성 공포증’이다. 2014시즌 한화는 삼성을 상대로 4승1무11패에 그쳤다. 8개 팀 중 가장 적은 승리를 따냈다. 공격도 수비도 삼성만 만나면 맥을 못 췄다. 팀타율 0.283의 타선이 삼성 상대로는 0.262, OPS 0.710에 머물렀다. 대구구장에서는 더욱 심각해 팀타율 0.200, OPS 0.467밖에 되지 않았다.
마운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삼성 상대 평균자책이 7.36이나 됐다. 피OPS가 0.952였다. 한화 타자가 만난 삼성 투수들은 모두 KIA 양현종(피OPS 0.710·선발투수 중 6위)급이었고, 한화 투수가 만난 삼성 타자들은 모두 LG 이병규(7번·OPS 0.956·리그 11위)급의 타자였다.
‘공포증’은 한화 마운드 전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득점권에서 쉽게 무너졌다. 한화 투수진의 득점권 피OPS는 0.911, 피안타율은 0.313이었다. 1위 팀 삼성 투수진의 피OPS 0.752와의 차이는 물론 8위 팀 KIA(0.851)와도 차이가 적지 않았다.
선수층의 부족은 경기 상황에 따른 김성근 감독 특유의 ‘맞춤형 기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2014시즌 한화 공격 때 대타들의 성적은 타율 0.249, OPS 0.673에 그쳤다. 김성근 감독이 효과적으로 쓰는 ‘옆구리 투수’들의 성적도 신통찮았다. 한화 투수 중 ‘옆구리 투수’들의 평균자책은 8.05, 피OPS는 1.031이다. 리그에서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좌타자들을 상대로도 고전했다. 피안타율 0.330, 피OPS 0.908이었다.
2001~2003시즌 꼴찌였던 롯데는 2004년에도 꼴찌였다. 한화가 탈꼴찌를 넘어 가을야구, 나아가 우승을 향하기 위해서는 ‘대책 갖춘 희망과 책임감 있는 위로’가 필수다. ‘야신’은 옆구리 투수 임경완을 데려왔고 대타가 가능한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자유계약선수(FA)로 데려온 투수 3명의 공통점은 ‘배짱’이었다. 조용하지만 차근차근, 확실히 ‘겨울방학 숙제’를 풀고 있는 중이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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