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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해킹과 교훈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5. 7. 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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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에서도 ‘해킹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7월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팀 내 정보가 웹상에 공개됐다. 각종 스카우트 관련 자료가 새어 나왔다.

해커 집단의 소행으로 여겨졌던 이 사건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6월 보도한 바에 따르면 FBI는 휴스턴의 정보를 해킹한 혐의로 세인트루이스를 조사했다. 휴스턴 정보망에 침입한 IP가 세인트루이스 구단 직원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CNN은 ‘FBI가 최소 한 명 이상의 세인트루이스 직원이 해킹에 연루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휴스턴의 제프 루노 단장은 전 직장 세인트루이스에서 통계분석을 다뤘다. NASA 출신 직원을 고용하는 등 파격적인 인사와 함께 세인트루이스의 선수 관련 정보 시스템인 ‘레드버드’를 2006년 완성시켰다. 세인트루이스는 이를 바탕으로 승승장구해왔다. 이 시스템을 통해 뽑은 선수들은 세인트루이스의 핵심전력으로 성장했다.

휴스턴은 2011시즌 루노를 단장으로 영입했고, 루노 단장은 휴스턴에서 ‘레드버드’와 비슷한 ‘그라운드 컨트롤’이라는 시스템을 완성했다. 세인트루이스는 시스템 ‘모방’ 및 ‘정보유출’을 확인하기 위해 ‘그라운드 컨트롤’에 침입했다. 대단한 해킹은 아니었고, 루노와 함께 휴스턴으로 이적한 직원들이 세인트루이스에서 쓰던 아이디와 패스워드를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는 정보전이다. 상대 벤치의 암호(사인)를 풀어내 팀에 유리하도록 적용하는 것은 다반사다. 토니 라루사 감독은 이를 막기 위해 자신은 모두 거짓 사인만 하고 실제 사인은 더그아웃 구석에 있던 트레이너를 통해 내기도 했다.

야구에는 ‘인간 해커’들도 존재한다. 이효봉 SKY스포츠 해설위원은 “중학교 때 진짜 기막힌 친구가 있었다. 우리는 아무리 봐도 모르는 벤치 사인을 쓱 보면 알아낸다. 그 친구가 ‘감독님 상대 벤치에서 스퀴즈 나왔습니다’ 하면 정말 딱 맞아떨어졌다”고 말했다.

사인뿐만 아니라 투구·견제 습관에 대한 눈썰미가 대단한 이들이 ‘인간 해커’ 역할을 한다. 삼성이 팀 도루 1위를 하고 있는 것은 김평호 코치의 탁월한 ‘해킹’ 능력이 한몫을 한다. 염경엽 감독이 주루 코치 시절, 박병호와 강정호는 20-20을 했다. 포수 박경완은 국가대표에서 박찬호의 공을 몇 개 받아 본 뒤 몇 가지 고쳐야 할 투구 습관을 알려주기도 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야구의 해킹에도 규칙이 있다. 습관을 눈치채는 것은 정당한 플레이에 속하지만, 플레이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도움(몰래카메라, 외야 관중석)을 받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것은 ‘보복구’를 정당화시킨다.

그런데 이를 넘어서는 최악의 해킹이 있다. 팀 내부를 향한 해킹이다. 어떤 구단은 한때 팀 동료의 ‘사인 거래’를 의심하며 투·포수의 사인을 알려주지 않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포수가 타자에게 사인을 알려줄까봐 투수들이 일부러 사인과 다른 공을 던지는 팀도 있었다. 성적이 제대로 날 리 없었다. 선수들을 믿지 못하고, 이들의 숙소를 몰래 해킹(사찰)하려던 팀이 어떤 결과를 냈는지는 지난 시즌 롯데가 잘 보여줬다. 최근 세상을 시끄럽게 만든 해킹이 외부가 아닌 내부를 향한 것이었다면, 야구가 그랬듯 패배는 자명하다. 지난해 롯데는 팀 최고 책임자들이 모두 바뀌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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