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해멀스(필라델피아)는 26일 ‘노히트 노런’을 달성했다. 상대는 시카고 컵스. 5-0 승리를 거두는 동안 삼진 13개를 잡았고, 안타 없이 볼넷 2개만 내줬다. 해멀스의 데뷔 첫 노히트 노런이자 올시즌 메이저리그에서 3번째 나온 기록이었다.
해멀스는 경기가 끝난 뒤 리글리 필드 구장 밖에서 기다리던 팬들에게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해멀스가 팬들에게 준 선물은 사인만이 아니었다. 해멀스는 메이저리그 팬 2만명에게 ‘피자’를 나눠줬다. 물론, 해멀스가 사서 준 건 아니다.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MLB.com은 ‘도미노피자’와 함께 ‘노히트 노런’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노히트 노런 기록이 달성되면 다음 영업일 새벽 3시(미 동부시간 기준)부터 이벤트 웹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2만명에게 피자 교환 번호를 나눠준다. 회사 이름을 따서 ‘도미노(히트)노(런) 이벤트’다.
피자회사 홍보 담당자는 “야구에서 나오는 위대한 기록을 함께 축하하고 즐기는 데 있어 피자만 한 게 있을까”라며 “야구의 멋진 기록을 즐기는 맛있는 방법을 메이저리그 팬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전했다.
MLB.com의 ‘대기록 이벤트’는 노히트 노런에 그치지 않는다. 매주 화요일, 메이저리그 15경기에서 모두 합해 점수가 125점 이상 나오면 아이스커피를 팬들에게 나눠주는 이벤트를 펼친다. 던킨도넛과 함께하는 이벤트다. 당첨된 팬들은 미국 내 매장과 푸에르토리코 매장에서 아이스커피를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대출 상품 이벤트’도 있다.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홈스틸’이 나왔을 때 ‘주택대출 감면’ 이벤트가 열린다. 이벤트 이름이 ‘집을 갖다’는 뉘앙스의 ‘스틸 홈’이다. 미국의 모기지업체 퀴큰론스와 함께한다. 홈스틸 기록이 나올 때마다 신청 팬 중 추첨을 통해 1명을 뽑아 최고 1500달러 이내에서 주택대출 빚 한 달치를 갚아준다. 올시즌이 끝났을 때 신청자 중 한 명에게는 ‘대상’을 주는데, 1만2000달러 한도 내에서 ‘1년치 대출금’을 갚아주는 식이다.
대기록과 그 기록의 이름을 교묘하게 엮었다. 승패와 관계없이 야구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였다. ‘우리 모두 함께 즐기는 야구의 기록’이다.
KBO 역시 ‘드림세이브’라는 이벤트를 대한적십자사, 알보젠 코리아와 함께 진행 중이다. 리그 경기에서 세이브 1개가 나올 때마다 20만원씩이 적립되고, 이 금액은 취약계층 아동의 의료비와 생활비로 사용된다. ‘구한다’는 뜻의 ‘세이브’와 잘 맞아떨어지는 이벤트이지만 주목을 덜 받았다. 기왕이면 ML처럼 다양한 이벤트를 확대하는 게 어떨까.
귀해진 완봉승에 야구장 대표 먹거리가 된 치킨을 엮어도 좋다. 치킨 부위 중 하나인 ‘닭봉’은 맥주 안주로 잘 어울린다. 사이클링 히트에는 이름대로 ‘자전거’가 좋겠다. 한 경기 삼진 10개를 잡아내는 투수가 나오면 ‘10K’를 백화점과 함께 10만원짜리 상품권과 연결하고, ‘랑데부 홈런’이라고도 불리는 연속 타자 홈런에는 결혼정보업체를 묶어보자.
이를 통해 야구의 기록을, 대기록의 위엄을 널리 알리는 게 필요하다. ‘야구, 아는 사람만 보라’는 입장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셀프 디스’로 시작된 야당의 변신 노력이 진행 중이다. 일단 팬들의 관심을 끄는 것부터가 시작이 아닐까. ‘정치, 아는 사람만 보라’는 입장에서는 한 걸음도 더 나아가지 못한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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