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비해 약해 보였던 두산 타선이 힘을 낸 것 역시 응집력 덕분이다. 다른 팀에서 옮겨 온 한 코치는 “가을이 되자 선수들의 응집력이 달라지더라.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동안 상대 투수의 구위, 구종 등에 대해 타자들이 공유하는 방식이 남달랐다”고 설명했다.
삼성 장원삼은 2차전 5회초 1점을 내준 뒤 두산의 1~3번, 허경민-박건우-민병헌에게 연속 3안타를 더 내줬다. 모두 체인지업을 맞았다. 5차전 3회 5점을 뽑을 때 두산 타자들은 거꾸로 장원삼의 직구를 공략했다. 1회 2타점을 만들어낸 양의지의 좌중간 2루타 역시 평소 같았으면 헛스윙이 될 수도 있었던 높은 직구를 때려 만들었다.
가을야구 14경기째, 체력적인 문제와 함께 두산 타자들의 직구 대처 능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었지만, 3일 쉬고 나온 장원삼의 직구 구위가 이를 압도하지 못했고, 두산 타자들이 이를 재빨리 공유한 뒤 공략했다.
우승은 선수들의 힘이었지만, 구단의 노력 역시 가상했다. 오랜 경험으로, 야구는 ‘운’이 영향을 미치는 종목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두산 더그아웃 기록을 맡는 유필선 과장은 야간 경기에도 낮에 낀 선글라스를 벗지 않고 기록지에 경기 내용을 적어 나갔다. 두산 홍보팀 직원들은 매일 같은 패스트푸드점의 같은 햄버거를 먹었다. 이긴 날 입었던 옷을 다음날 그대로 입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두산이 강남구 리츠칼튼호텔을 숙소로 잡은 것은 2001년 우승 때 묵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떠돌던 ‘예언글’을 모두가 돌려가며 읽고 믿었던 것 역시 그 때문이다.
하늘이 정해준다는 우승은 그렇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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