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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힘 ‘피끓는 청춘’

베이스볼라운지

by 야구멘터리 2016. 4. 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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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와 4번타자가 각각 일본과 미국으로 떠났다. 또 한 명의 중심타자가 KT로 이적했고, 마무리 투수는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기대를 모았던 젊은 셋업맨과 마무리가 부상으로 1년 동안 뛸 수 없다.

많은 이들이 넥센의 성적 추락을 예상했다. 아직 KBO리그에 적용하기에 완벽하지 않지만,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WAR·스탯티즈 기준)를 고려했을 때 이들 6명이 지난 시즌 팀 승리에 기여한 숫자가 약 26승이다. 넥센이 지난해 거둔 78승 중 26승이 줄어들면 52승에 그친다는 계산이 나온다. 10위 KT가 지난해 거둔 승리 숫자다.

앞선 4명의 변화는 계산 가능한 움직임이었지만 한현희, 조상우의 부상은 예측 범위를 넘어섰다. 그래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넥센 염경엽 감독은 지난달 28일 미디어데이에서 “최근 3년과 달리 넥센이 단연 꼴등 후보가 됐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전력’을 빼고 평가한 것”이라며 “전력 구성 면에서는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지만 어느 해보다 열정은 당당하고, 최고점에 와 있다. 우리 목표인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넥센은 개막 2주가 지난 11일 현재 5승1무3패로, 리그 1위에 올랐다.

거포들의 이탈로 장타율(0.355·10위)은 줄어들었지만, 경기당 득점(5.33점)은 리그 1위다. 적극적인 주루 덕분이다. 넥센은 성공한 도루(11개)도 가장 많지만 실패한 도루(8개)도 가장 많다. 도루 실패가 주는 득점 가능성 감소분이 상당하지만, 시도로 주는 상대에 대한 압박감의 크기도 작지 않다.

염 감독은 “공격적 적극성”을 열쇠로 삼았다. 염 감독은 투수들에게 “3구 이내에 결과를 만들 것”을 주문했다. 스트라이크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3구 이내에 승부를 끝낸다면, 안타를 맞더라도 투수의 승리라는 계산이다. 방망이에 맞은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은 잘해야 3할4푼이다. 공격적인 투구는 젊은 투수들을 성장시킬 수 있다. 넥센 투수들의 타석당 투구수는 3.79개로 LG(3.63개)에 이은 리그 2위다. 빠른 승부는 투수의 성장 외에도, 수비의 안정감을 가져올 수 있다. 집중력은 시간과 반비례한다.

타자들에게는 “볼카운트 3-0에서도 휘두를 것”을 요청했다. 혹시 볼넷을 고른다 하더라도 주자들이 겨우 한 베이스 더 가는 데 그친다. 그것도 주자가 1루에 있을 때만 가능하다. 스트라이크를 노리는 공을 때린다면, 아웃이 되더라도 주자가 진루할 여지가 생긴다. 홈런이 나올 수도 있다. 지난 시즌 볼카운트 3-0에서 나온 홈런이 모두 4개였는데, 그 중 3개가 넥센에서 나왔다.

넥센 타자들은 2스트라이크 이후 타석에서 다른 타자가 된다. 올 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볼을 골라내는 확률(37.7%)이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염 감독이 말한 ‘보이지 않는 전력’은 청춘의 힘이다. 넥센의 개막전 엔트리 평균 연봉(외국인 선수 제외)은 1억1708만원으로 가장 낮다. 리그 전체 평균 연봉 1억2656만원보다도 낮다. 선수들이 젊기 때문이다. 개막전 선발 라인업의 평균 나이는 28.4세였다. 한화의 31.2세와 비교하면 세 살 가까이 젊다.

민 태원은 <청춘 예찬>에서 “이성(理性)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萬物)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변화에 열려 있고, 적극성에 거침이 없다. 넥센의 청춘 야구가 한국 야구를 바꿀지도 모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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