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 발로 사는 남자
5회가 되면 스파이크 끈을 묶는다. 천천히 스트레칭을 시작한다. 프로 데뷔 11년차. 경기의 흐름을 읽는다. 앞으로 나올 상대 투수들을 생각한다. 그의 구종, 볼배합의 패턴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투수의 작은 몸짓들이다. 머리·어깨·팔꿈치의 작은 움직임. 발의 위치. 허리의 각도. 투수의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 쌓인다. 마음속으로 리듬을 센다. 하나, 둘, 셋. 통산 타율은 1할9푼7리다. 투수는 아니지만 스페셜리스트라 불린다. 결정적인 순간 투수의 동작을, 포수의 볼배합을 훔치고 2루를, 3루를 훔친다. 승리를, 팬들의 마음을 훔친다. 삼성 강명구(33)는 발로 사는 남자다. 지난 18일 마산 NC전. 1-2로 뒤진 9회초 2아웃. 경기가 끝난 듯 싶었을 때 최형우가 몸에 맞는 볼로 1..
베이스볼라운지
2013. 5. 28. 11:47